ECCV에 억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전에도 제 글을 보다가,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장 최근 글들을 보면, 사실상 거의 일기수준의 글들만 있고
테크에 대한 글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학부 졸업할 즈음부터 삶이 바빠져서 지식을 공유할 정신이 없었는데 그것이 그대로 블로그에 나타난 듯 하네요.

오늘은 자랑을 좀 하러 왔습니다.
제가 정말 정말 고대하던 순간을 지금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ECCV에 제 논문이 억셉되었습니다. (혹시 제가 보안 분야 글을 쓰다가 AI쪽 학회 이름을 언급하여, 모르시는 분이 있을 까봐 첨언하자면, CV분야 탑티어입니다.)

저의 첫 논문이고, 또 1저자 논문입니다. 이 논문을 쓰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연구실에서 한번도 해본적 없는 분야다 보니까 외롭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주제를 찾는 데에만 1학기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였고, 논문을 쓰고 제출하는 데 6개월, 리부탈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최종 억셉까지 3개월이 더 걸렸네요.
중간에 리젝을 받기도 하고, 제 연구 주제가 사실은 무의미한 것인가? 싶어서 포기할까도 했었습니다.

정말 ECCV 제출할 때에는 제출 1주일전에 저 도와주시는 2저자분께 ‘내일 교수님께 포기하겠다고 말씀드려야 겠어요.‘ 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제출하고 난 후에, 연구 내용 발표할 때 교수님께 ’연구주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논문 제출을 하면 안 됩니다. 확신이 있어도 리젝되는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제출하면 안됩니다.’ 라는 코멘트를 받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제가 공용 리소스를 사용하는 것이기에 제가 연구를 하는 만큼 다른 분이 못합니다. 그래서 제출을 하고 난 이후에도, ‘아 제출을 하면 안 되었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괴로웠습니다. 혼자 연구를 하는 것도 너무나 외로웠고, 저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정말 괴로웠고, 그 이후에 제 잘못을 지적받을 때에도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그러다 리뷰를 받는 날 조금 희망이 생겼습니다.

리뷰는 당연히 리젝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내리다보니까 Weak-Accept이 하나 있었습니다. 솔직히 전체 코멘트가 5줄도 되지 않는 성의없는 평가였지만,
그래도 제 논문에 대해서 억셉의 평가를 주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제 예상과 다르게, 한명의 평가가 좋게 나왔고 그래서 포기하지 말고 리부탈 프로세스를 다 거쳐야 겠다고 생각하여, 어찌저찌 또 1주일 밤을 새어가며 1장짜리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저번주에는 이 논문을 이번달에 있을 WACV나 ECCV Workshop에 제출하고 싶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었습니다.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여 그렇게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결과가 나왔는데, 제 논문 번호가 accepted paper list에 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운이 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노력을 안 한것은 아닙니다만, 저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하고도 고배를 마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저 또한, 제 능력, 혹은 제가 한 것 이상의 보상을 얻는 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논문이 과연 학회지에 등재되어도 되는 것인지 아직도 의심스럽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조금 적어봤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